아멜리 노통브 - 적의 화장법.
회의 하는 곳까지는 1번만 갈아타면 되니까 마음 놓고
책을 파고 있는데
아니.. 예전에 읽은 책이.. 과하게 몰입이 되는거시여따.
지하철의 걸레 냄시도, 소음도 없는듯 느껴졌고
쁘띠마망 향기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느껴보는 감동이리라.
어떤 할아버지가 사자후 트림을 발사 하셔서
환승역까지 두 정거장이 남았음을 알아차렸다.
아. 되게되게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번의 축이 되는 대화는 읽고 내려야 겠다는 마음에
세줄씩 읽어 내려가는 비술을 시전했다.
눈에 한껏 피를 끌어모아 집중력을 세웠지만
오랜만에 사용하는 기술인지라 한 줄을 뛰어 넘거나
뒷 단어를 까먹는 둥 안하느니만 못했다.
패배의 눈물을 씹으며 책의 내용이 가진 느낌을 템포에 실어
또 오랜만에 축지법을 사용해따.
열차를 기다리며 조금 더 읽었지만 이게 두 정거장인지라
마치.. 사흘 굶긴 거지입에 미듐웰던 등심을 한번 씹게하고 빼앗아 가는 형국이여따.
패배의 입맛을 다시며
본래의 목적인 회의를 하러갔다.
내가 해본 회의중에 제일 빨리 끝났다!
하늘이 도운걸까.형님이 도와주신걸까.
가까운 편의점에서 초코우유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축지법을 사용해따.
다시 사흘 굶긴 거지입에 미듐웰던의 구간을 지나고
다시 축지법을 사용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다이렉트 구간에 안착.
15페이지 분량을 남기고 잠깐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이레저레 죽겠다는 소리를 떼창으로 듣고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와중 책의 리듬을 잃어버렸다.
사실 마지막 남은 15페이지는 우아하게
응가할때를 위해 남겨둔 자그마한 피니시 선물이렸다.
pc를 켜고 이런저런 걸 조금 하고
미닛메이드를 하나 쭉 빨았더니 뱃속에서 공이 하나 퉁-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왔구나.
흥흥~거친 콧노래를 부르며 변기에 안착했다.
그러나 공모양의 응가는 뽑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책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세모나 네모의 응가라면 여러번 돌려서 각을 잡아 뽑을텐데
원만하게 둥글고 둥근 이녀석은 오늘 한 나절의 책의 흥분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아니 남아 돌았다.
섬세한 종우나노 방식으로 응가를 처리하자
책에 대한 갈망은 이미 짜게 식어버렸다.
북마크를 떼어내고 곱게 책더미에 꽂아 언젠가
다시 읽게되리라..
-끝-